Heesugallery

반복되는 ‘선(線)’은 리듬을 계속하여 또 다른 ‘선’과 만나 ‘공간’을 이루고

그 속에 놓여진 작은 ‘길’은 때로 공간을 이름 짓는다.

그리고 ‘길’이란 결국 자신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물이든

산이든

바람이든

또는 ‘나’이든...

한지와 흙의 물성을 기조로,

젖은 한지의 찢겨진 선이 이루어내는 원시적 미감과 분청의 뽀얀 색감은

이내 생명을 이야기하는 은유적 풍경을 지나,

이제는 표현 그 자체에 집중하는 느낌이다.

〈선묘 풍경〉은 이 전의 어느 정도 Landscape적인 풍경의 요소를 줄인

Scene적인 풍경으로,

배경으로 보이는 바탕의 단계를 생략하여 화면이 한 시선에 놓이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반복되는 수많은 ‘선’ 사이의 리듬과 이들이 모여서 이루어내는 ‘공간’에

더 집중하고 거기에 ‘길’이라는 소재로 나의 정서를 담아 보았다.

어느 만큼 살아온 내게 ‘길’이란

내가 서 있는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 문득 느껴지는

뒤로 지나온 것들과 앞으로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길’은 결국 자신을 향해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지...

‘물’은 물이 되어 그 ‘길’을 향하고

‘산’은 또 산이 되어 향해 있고

나는 결국 나의 ‘길’에 있음이 가장 적절한 것 일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