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신창리 74x50cm(20R) 잉크젯 피그먼트 2006

임재천 작가노트

고등학생 시절 안동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3년 내내 토요일만 기다리며 보내던 그 당시, 부모님과 동생을 만날 수 있는 경북 의성군 탑리에 있는 고향집은 나에게 유토피아나 다름없었다.

 

어느 여름날, 일요일 오후였다. 착잡한 심정으로 탑리역을 향해 걸어 올라가던 그때, 등 뒤에 와 닿는 어떤 느낌에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잎사귀가 무성한 플라타너스 아래 서서 나를 바라보고 계신 아버지가 보였다. 그 순간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안동역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고백하건데, 그 눈물은 태어나 처음으로 언어장애자이신 아버지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들은 기쁨과 슬픔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이 땅의 방방곡곡을 카메라와 더불어 떠돌았다. 도시, 농어촌, 산촌 어디라 할 것 없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곳에서 만났던 숱한 풍경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지난날 플라타너스 그늘 밑에서 내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버지가 보였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는 남편과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니의 슬픔과 자식을 향한 모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재발견>으로 묶인 일련의 사진들은 바로 그러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이들이 자아내는, 사금파리처럼 빛나는 찬연한 삶의 한순간을 보여주고 기록하는데 그 의미와 역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