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 40.9x31.8cm(6F) Acrylic on canvas 2022

국형원 작가노트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길고양이가 많다.

그 중 한자리에 머물며 유독 사람들의 이쁨을 차지하는 아이가 있는데,

나 역시 그 아이를 가장 좋아하고 이름을 양말이라고 지어주었다.

발의 모양이 양말을 신은 것 같아서이다.

 

양말이는 매일 풀 숲 사이에 앉아있다.

어느 날은 밥을 주기 위해 양말이를 부르고 있었는데

문득 양말이는 지금 숨어 있는 중이 아닐까?’ 하는 생깍이 들었다.

사람들로부터, 다른 무리로부터 떨어져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서 말이다.

마치 나처럼.

 

가끔은 사람들 사이에서 힘들 때가 있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선이나, 보이지 않지만 경쟁하고 있는 상황들

성장하기 위해 나를 보여주고 당당해져야 하는 순간들이 그렇다.

 

파도 위에서 서핑을 하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아슬아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중심을 잡고 나아가야 하는

그렇지만 잘 이겨내고 나아간다면 그만한 희열도 없을 것 같은 기분 말이다.

그런 서핑 같은 순간들이 오면 도망치고 숨어버리고 싶은 생각들이 지배한다.

작은 조약들도 나에겐 목숨을 위협하는 큰 바위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부딪히고 싶지 않다.

누구에게나 눈앞의 바위들은 존재할 것이다

부딪혀서 이겨내라는 응원보다

피하고 도망쳐 스스로를 안전하게 지켜냈다는 것으로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괴롭히는 것들로부터 숨어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