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문곳에-그중에제일이라 80x60cm 종이상자+혼합재료 2011

김형길 작가노트

우호와 해학


그는 언제나 현재 여기에 거주하면서 영혼은 무수하게 해체하여 분리 가능케 해 시공의 경계를 초월하여 유랑한다. 유랑하는 영혼은 그의 상상력이 점화될 소재와 만나는 순간 하나의 이미지가 되고 설화로 탄생한다.  그것은 조작된 이미지가 범람하는 오늘 우리의 또다른 모습이라 하겠다.

첨단과학기술과 대량소비사회가 만들어내는 갖가지 조작된 정보와 이미지에 도취되어 그것과의 동일화를 꿈꾸는 우리에게 주체의식을 견지하는 일은 하나의 허구나 환영에 불과하다.  사물로 새로 물고기로 로버트로 변신하며 과거 현재 미래를 자유로이 유영하는 김형길의 자화상은 바로 이성적 주체가 해체된 시대의 인간상인 것이다.


그리고, 버려진 기물을 인체의 기관으로 재생시킴으로써 표면화된 그의 능란한 변신술은 본래 그의 조형작업의 원천이며 그의 작업을 유니크하게 만들어주는 지지대이다.
그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화면의 바탕은 내용을 포장하기 위해 규격화하고 각종 광고의 메시지를 싣고 있는 상품의 포장상자이다.  포장상자란 내용물을 안전하게 운송하고 상품이 꺼내지면 존재가치를 상실하고 폐기 되어야할 운명을 지닌 것인데 거기에 돌가루가 섞인 물감을 도포하여 이야기의 무대로 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작업과정은 그야말로 산업화된 도시 속에 개인적 존재로서의 본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우리로 하여금 본래의 진면모를 소생시켜 인간으로서의 존재가치를 회복하도록 은밀히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김형길의 우화와 해학으로 이루어진 변신이야기는 작은 단위로 이루어진 낱개의 세계가 점차 증식되어 공간을 메워가면서 천일야화를 풀어가듯 전개된다.

 

김영순(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