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시대3 45x53cm 캔버스에 나무 모래 흙 아크릴채색 2018

원정숙 작가노트

 연탄 한 장으로 온 가족이 옹기종기 아랫목에 모여 나누었던 따스함과, 얼어붙은 골목 빙판길에 누군가를 위해 뿌려졌던 연탄재는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지난날의 정을 추억하게 한다. <연탄시대>라고 부르는 일련의 작품들은 빈곤과 결핍, 공허함 뒤에 든든히 깔려있던 따뜻함과 정을 그려내고자 했다.


 바람이 지나가는 벽, 세월의 흔적을 덧댄 지붕, 나무 전봇대 등으로 표현되는 낡은 집은 거칠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투박하고 고단한 삶을 표상한다. 고도의 기술로 지어진 현대의 아파트는 편리함과 세련됨을 뽐내지만 벽돌 하나, 돌담 하나, 수공예품처럼 한 땀 한 땀 지어진 과거의 허름한 집들은 오늘날 새로운 정감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가파르고 비좁은 오르막길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도시 변두리 지역이나 달동네에 흔한 풍경이었지만 이후 가속화된 산업화로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것은 잊고 지낸 과거의 나를 만나는 추억이고, 오래된 친구들과 가족을 떠올리는 추억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낡은 집을 추억의 향수로 그리진 않았다. 따뜻한 정 가운데 엄연히 실존했던 가난함과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는 시선 또한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이 풍경은 관찰자, 구경꾼으로서의 향수어린 바라봄이 아닌 체험자로서의 경험을 고통스럽게 녹여낸 것이다. 힘겨웠지만 희망을 꿈꾸며 살았던 과거의 내 자신에 대한 응원이기도 하다.


 나무를 붙인 집 그림은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렸다. 1992년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한 이 그림은 나무, 모래, 흙 등을 소재로 사용하였기에 궁핍했던 시절 재료비 걱정을 덜게 해주었다. 작업방법은 캔버스 위에 나무 조각, 나무젓가락으로 집의 구조물을 붙이고 가장자리의 자연스러운 형태와 나무의 오래되고 낡은 표현은 찍고 파내는 작업을 반복한다. 형태가 만들어진 집은 모래와 흙, 돌가루 등으로 자연스러운 색을 입히고 아크릴 채색으로 마무리한다. 나무젓가락, 나무 흙, 모래 등은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실체감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