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진작가공모 선정전

2018 신진작가공모 선정전 작가노트

김영현

 

불안은 마음을 넘어 머리를 잠식했고, 어느 순간 머릿속엔 이미지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이미지들을 현실 세계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그렇게 다양한 콘티를 제작하고,

그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의자는 나의 일상 속에서 선택된 오브제로서, 모든 이미지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의자는 나이기도, 불안이기도, 바람이기도, 부재이면서 존재한다. 의자처럼 이미지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유연한 관계를 맺는다. 그 관계 속에서 생겨난, 아직도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 것을 나는 우선 바라보기로 한다.

 

 

류엘리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모두가 같은 것을 보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닥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무관심해 보인다. 햇빛과 빗물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시시각각 다양한 표정을 짓는 바닥은 나에게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온갖 기호들이 새겨져있는 아스팔트, 육중한 콘크리트 덩어리들로 만들어진 바닥의 모습을 어안렌즈를 이용해서 촬영했다.

늘 봐서 익숙했던 모습이 미지의 행성처럼 보이기도 하고, 컴컴한 밤하늘에 떠있는 달처럼 보이기도 하며, 인공위성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누구나 동일한 방식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 것처럼 어안렌즈는 나에게 새로운 눈이 되어주었다. 항상 변함없이 보이지만 항상 변화하고 있는 바닥은 나에게 낯설고 경이로운 대상이다.

 

 

이누엣

 

2년에 걸쳐 작업 중인 꽃의 움직임’(The Movement of Flower)은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흔히 바라보는 각도가 아닌 꽃의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겹쳐진 모습의 꽃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호기심에 시작한 꽃의 움직임은 작업이 진행 될수록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물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고사리가 모여 눈의 결정체를 만든다든지 마치 외계인의 모습으로 나타난 튤립 등

꽤나 신선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난 작업 이미지를 보면서 우연의 결과든 아니든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 꽃들의 다양성에 흠뻑 빠져든 건 사실이다.

모든 작업은 필름카메라를 통해 이뤄졌다. 칼라가 아닌 흑백의 꽃 사진은 자칫 공허함을 일으킬지

모르겠지만 회색의 안에 충분한 상상력은 불어 넣었다고 생각한다.

 

 

이의준

 

자신의 내면의 생각, 의도, 이상, 사랑, 현실, 좌절을 철저히 배재한 내 손에 남은 것은 카메라라는 순간을 남기는 도구와 세상을 보는 렌즈, 그리고 전부 잘라 내버리지 못한 고독, 외로움, 배고픔, 추위, 격리의 부정적인 감정이 쥐어짜내는 무수한 혼잣말.

 

그렇기에 나는 철두철미한 관찰자이다. 대상에 손을 대지 않는다. 대상에 말을 걸지 않는다. 대상에 감정을 넣지 않는다. 대상을 사랑하지 않는다...

 

타인의 내면의 생각, 의도, 이상, 사랑, 현실, 좌절이 흘러들어와 관찰자의 사진은 작품으로 승화된다. 이러한 관찰의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주제는 인류가 모태에서 나와 처음 자각하는 것은 빛(Light)! 인공적이기 때문에 모두가 갖고 있는 빛은 사회라는 거대한 철인(哲人)을 이루는 인간군상이며, 동시에 거대한 사회의 파도에 삼켜지지 않고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인 것이다. 앞으로도 공허한 사진에 모든 이가 주인공인 이야기인 빛으로 가득 채워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