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한지 위에 채색 90x72cm 2016

호준 작가노트

야경 이야기

 

내게 있어 어둠은 방황이자 괴롭고 외로운 이미지이다.

반면 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색채는 숨 막히는 도시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발하는 생명의 빛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야경을 보기 위해 높은 곳에 오른다.

높은 곳에 오르면 오를수록, 그 인내의 시간만큼 야경은 더욱 원경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성취감을 느낀다.

나한테도 야경은 인생에 있어 갖은 인고의 끝에 올라서서 아련하게 시야에 비추어지는 환상 혹은 환희의 환영이다.


나는 화려한 도시의 야경에 깃든 삶의 희망과 역동적인 생명력을 탐구한다.

초기의 작업은 열상감지 카메라를 통해 드러나는 사람과 사물의 내면을 열로써 감지하고 작품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이런 작업은 사물 혹은 생명에 대한 이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단초가 되었고. 화려한 야경 뒤에서 느껴지는 어둠, 극명한 삶과 죽음의 경계, 사물이 발하는 차가운 심상의 어두운 색과 생명이 발하는 역동적인 빛의 대비와 오묘한 조화와 생동에 흥미를 갖고 작업하기에 이르렀다.


도시들은 고도 경제성장기 난개발로 인해 여러 삶의 모습이 빼곡하고 무질서하게 들어차 있다.

하지만 밤이 되면 답답했던 풍경의 외면이 사라지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빛, 장소에 깃든 사람들이 내는 조화로운 색채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동양화를 전공하면서, 표현방식으로는 서양화의 구상을 채택했지만 재료를 쓸 만큼 주로 다양한 색채의 분채를 사용한다.

이 재료의 사용은 프레임 안에서 전경과 후경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느낌을 주는데, 야경작업에서 빛과 어둠의 경계선을 어렴풋이 주면서 조화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에 알맞은 재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