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효태극기-공존을 향해 39x52cm Acrylic on canvas 2018

정슬기 작가노트

깃발


나는 다년간의 한국문화투어를 통해 소재를 찾고 세상을 보고 나를 발견하면서 작품을 이어왔다. 문화투어를 통해 한국전통문화유산속에 있는 다양한 문화재와 역사,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땅, 자연을 보고 느끼면서 예술적 모티브를 발견하고 새로운 담론을 생성하는, 작업의 경로가 되었다.

 

 한양도성을 소재로 작업을 하면서 걷게 된 성곽길 중에서 특히 낙산공원에서 혜화문으로 연결되는 길은 전통과 현대의 문화가 조화롭게 이어지는 풍경이 눈길을 멈출 수 없는, 잠잠히 흐르는 감동을 준다.

 

우리의 존엄한 땅을 표상하는 상징물이자 소중한 문화재인 서울도성은 쓰라린 역사 속에서 훼손되어 구간마다 끊어진 상태로 우리 민족에게만 있는 아픔과 정서가 남아 있다.

 

서울을 감싸는 한양도성이 다 이어지지 못한 성곽 길에 이끌려 계속 오르고 걸으면서 대한민국의 땅, 이념과 국토가 분단된 현재의 우리의 땅을 다시 바라보고 생각하게 되었다.

 

 작품 제목인 깃발은 헝겊이나 종이에 글자, 그림, 부호 등을 잘 보이도록 그리거나 써서 특정한 표상으로 쓰는 물건이다. 다양한 상징성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은 깃발을 바라보면서 어떤 곳인지, 누가 주인인지, 깃발을 향해 나아가기도 물러가기도 하며 때론 신호가 되면서,승리의 상징이 되면서, 함부로 훼손하거나 빼앗겨서는 안 되는, 그렇게 소중히 다뤄야 했다.

 

우리의 역사 속에도 많은 깃발이 있었다.

우리의 간절한 염원과 꿈과 희망이 담겨 있어 기쁨과 아픔의 순간에도, 위중한 순간에도 격동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진동하게 하며 언제나 함께 펄럭였다.

 

대한민국의 상징 깃발인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구심점이 되는 국가상징이자 한국의 표상이다. 평화와 자연의 진리를 형상화한 한국 역사 속에서 변천되어온 다양한 태극기 등록문화재를 통해서 우리 한민족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동시대의 국가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하였다.

  

데니태극기, 대한민국임시의정원태극기, 박영효태극기, 주이태극기, 불원복태극기, 사변폭발태극기, 파리박람회게양태극기, 안중근혈서태극기, 아스토리아호텔게양태극기, 적십자사가입태극기, 명신여학교태극기, 독립군진군기 등을 그린 천을 한땀 한땀 바느질로 꿰매고 연결하여 하나로 모았다.

 

하나로 연결된 깃발 작품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어지고 회복되어서 굳게 세워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우리의 땅, , 강과 산, 마음, 사람이 연결되고 이렇게 세상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모아 대한민국의 회복과 치유의 메시지를 담았다.

 

작품에 차용되어 재구성된 대중적인 가상의 캐릭터들과 일상의 이미지들은 동시대를 이루는 우리들의 도상이다.

 

우익이나 좌익, 민족주의로 한정하는 것이 아닌 세계화에 수반되는 국제인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동시대의 고민이자 사회적 메시지를 이번 전시를 통해 던지고자 하였다.


이 땅이 자유와 평화가 풍미하며 한국사회의 치유와 회복, 화합에 대하여 고민하면서 역사 속에서 호흡을 함께 한 태극기를 통해 우리의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반만년의 무수한 역사를 이어온 한국인은 누구인가?‘

 우리는 함께 어떤 삶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현재 우리는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