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here 114×57cm Korean paper on Light box 2014

이종한 작가노트

집에 가는 길 지금 여기 

1. 

이종한의 집은 심플(simple)하다단순하다지붕이 있고창문을 가진 벽이 있으며가끔 문이 난 집들도 있다여러 가지 모양을 지녔으나 골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구조의 집들이다그 집의 창문에 가끔은 사람이그 집의 문에는 몇몇의 사람들이 숨겨져 있다.잘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사람들단순한 집들작가가 만드는 집이다시멘트로기호로거대한 구조의 셀로 지어지는 지금의 도시에 이종한의 심플한 집들이 있다.

집과 집들이 쌓이고 쌓여 마을을 이룬다언덕의 마을그 마을은심플하고 심플한 집들이 켜켜이 쌓여 언덕을 이룬다보이지 않는 길길이 보이는 것은 불이 들어 왔을 때이다작품에 불이 들어오면 보이지 않던 길들이 보이고 그 길은 동산의 언덕을 향해 올라간다그 언덕 위는 둥근 동산의 정상이 있고그 정상 위는 하늘이다걸어서 이동하면 그가 만든 별들이 보인다북두칠성카시오페이아성좌도 보이는 이종한의 하늘그의 하늘의 별 또한 걸어야만 보인다마을의 길이 안내하는 곳은 하늘이다길은 그러므로 인간의 집들과 집들을 잇고 골목길을 형성하며 언덕과 언덕을 올라 하늘을 향해 열려 있다거기에는 별이빛들이반짝이는 별들이 있다.

 

2.

집에 가는 길길은 집을 향해 있고집은 길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길은 세상의 길을 돌고 돌아 집에 닿는다길에서 집은 늘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또한 아침이 오면 문을 열고 길을 나서며 길을 따라 세상으로 나아간다길을 통하여 집에 이르고길을 따라 집을 떠난다집은 영원히 돌아가고 싶은 영원의 안식처이기도 하다집의 집들꿈은 집의 집을 향하여 꾸어진다그 집은 이상의 집희망의 집이기도 하다집에 가는 길은 현실과 연결되어 있지만 현실의 밖에 존재하여 불가능을 향해 달려가기도 한다.

한지로 만들어지고 손으로 주물러져 만들어진 그의 집은 보이는 그대로 원시의 집을 표상하며 근원을 향해 열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상실의 시대를 보듬어 안고근원을 향하여 지어진 집집의 원형을 지향하는 집이다그래서 그의 집은 꾸미지 않는 단순함을 유지하며,한지라는 물성을 통하여 형상화 된다한지는 이종한의 지금 여기를 있게 하는 주재료의 물성이다한지의 사용은 이종한이 서 있는 지금의 지평을 의미한다집은 그러한 구조 위에서 건축되었다.

 

3. 

이종한의 그림은 집이며집은 이종한의 그림이다한지로 만들어진 집이종한이 일가를 형성한 작품세계한지의 세계이다한지의 작가데뷔하던 첫 개인전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지의 세계를 풍요롭게 보여준 작가이종한 이다오랜 기간 한지로 지은 커다란 그림의 집작가주의 작가를 표상하는 이종한의 세계한지의 집이다시간의 터널을 통과하여 만들어 낸 마을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마을이며그 마을은 그의 작품세계의 정수들이다.

그의 시선은 현실이 강제하는 힘들을 거부하고 이 시대를 들여다보면서 지금여기에 잊혀져가는 원형질근원을 향해 있다집은 그러한 시선 위에 지어졌다또한 길을 통하여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그 곳은 별들이 있는 세계꿈의 세계아름다움의 세계이다그가 안내하고자 하는 그의 세계이다.

 

 

2015. 11. 이 호 영 (미술학 박사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