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으로부터, 92x73cm, Acrylic on canvas, 2011

조윤성 작가노트

 <씨앗으로부터>보이는 상상적 모습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지는 ‘씨앗으로부터’ 연작은 그동안의 작업을 통해 진행되었던 소재중심의 제시에서 벗어나 그러한 소재(브랜드 마크, 로고 등 기호적 형식)들이 속한 사회 전체의 이미지와 현상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회화적으로 재현해낸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즉 기존의 소재가 우리 삶을 일상(日常)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고 일상을 회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데 의미를 두었다면, ‘씨앗으로부터’ 연작은 현대 사회의 일상이 갖는 종합적이고 내재적인 모습을 가시화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가시화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쟝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 - 2007)가 제시한 ‘시뮬라시옹(Simulation)’ 에서처럼 실재를 대체하는 가상이 끝없이 파생되는 과정을 시각화함으로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욕망과 유혹의 허상들 그리고 그들이 존재하는 공간을 재현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 가운데 이에 적절한 예를 들면, 익명의 사람들이 상상력을 통해 진위를 넘어선 의혹을 야기시키고, 진실을 왜곡하거나 전혀 다른 모습인 인터넷 상의 가상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생명윤리와 직결된 유전자 조작이나 유전공학적 실험들을 통한 인간복제,  통신 및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물리적 시공간을 뛰어넘는 현실과 가상세계의 혼동, 명품 로고를 이용한 속칭 짝퉁 제품 자체가 상품의 진위가치를 전도(顚倒)한 자본주의 시장(市場) 등 수많은 일상에서의 일탈 현상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와 같이 끝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우리 삶의 모습을 시각화하는 데 있어 그러한 현실을 조형적으로 재구성하는 시도를 ‘씨앗으로부터’ 연작이 지닌 내용상의 의미로 본다.


또한 화면상에서의 구성 즉 형식적 접근의 발단이 되는 씨앗은 유전자 조작과 같은 내용상에서의 의미를 뛰어넘어 새로운 소재와 공간들이 구성되는 시발점이며, 이는 조형요소로서 선(線)을 이용한 다양한 좌표계, 면 분할, 소재의 입체적 표현 등의 과정을 거쳐 회화적 조형성의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과 끝이 무한히 맞물려 있는 화면구성과 그 외에도 다양한 색감의 활용, 점(點),선(線),면(面)의 기본 조형요소의 변화와 통일, 조화와 같은 조형원리의 적용을 통해 새로운 매체와 형식으로 무분별하게 확장되어가는 현대미술의 형식실험에 반하여 기본에 충실한 회화적 구성과 가치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상의 작업에 있어 형식과 내용에 대한 분리된 이론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화면상에서의 구성은 철저히 회화적 전통에 입각한 조형요소와 원리 등 조형성과 다양한 색채의 조화를 목적으로 진행되며 이는 본능적인 감정이나 감성에 근거한 것이다. 또한 내용에 나타나는 현실 즉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현실의 등장, 통신 및 다양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야기되는 변화의 물결,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으로 나타나는 극단적인 현상들은 이러한 구성의 바탕위에 비구상적 형태로 전환된다. 이는 형상의 상징성을 통해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 대한 보편적 공감대의 형성을 위해 앞으로 더욱 독창적인 형상의 제시를 위한 드로잉, 조형요소 및 원리에 대한 기본적 접근이 더욱 천착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에 합당한 재료나 매체의 결합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기존의 작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의 주춧돌을 놓았다는 점에서 작가 나름대로 이번 전시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더욱이 모던적 가치를 지니면서도 동시대 문화의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작품으로 발전되어 나아가기를 스스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