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relationship, 3f, Pen, Oil on canvas, 2013

오세라 작가노트


본인의 작업은 삶에서 느끼는 허무, 삶의 덧없음을 이야기합니다. 합리적 속성인 삶과 불합리적 속성인 죽음 앞에서 느끼는 부조리, 삶에서 느끼는 허망 등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본인의 작업은 하나의 이야기 속에 달콤함과 씁쓸함이 뒤섞여 있습니다. 초기 작업들은 아이스크림이나 쿠키 등 달콤한 군것질거리나 장난감, 동물 등의 유아적 감성을 자극하는 ‘행복’한 소재들이 주를 이룹니다. 달콤한 색채와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표현된 이러한 소재들은 그와 상반되는 교통사고나 자살, 살인사건 등을 연상시키는 다소 위태로운 상황, 즉 ‘불행’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반면 최근 작업들 속에 자주 등장하는 해골, 교수형당한 시체 등의 작품 속 소재들은, 그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들과는 상반되는 산뜻한 컬러감으로 둘러싸여있습니다. 위태롭거나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는 광경들과 그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를 이루는 달콤한 소재들 혹은 반대로 어둡고 부정적인 소재들과 그를 둘러싼 밝고 명랑한 색채와 구성들이 빚어내는 역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조적인 태도와 시선을 시각화한 회화작업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삶에서 마주치는 행복과 불행이 빚어내는 역설과 그 허망함은 곧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그 괴리에서 느끼는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허망, 합리적 속성인 생과 불합리적 속성인 죽음사이의 괴리 즉, 부조리를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죽음은 장갑의 안쪽과 바깥쪽과도 같은 것으로 그 어느 것도 시작이나 끝이 아니며 행복과 불행은 곧 절대적인 긍정과 부정적 속성을 띄지 않는다는 인식으로까지 나아가게 됩니다.


그 인식 후 찾아오는, 온갖 허무와 의문으로부터의 ‘자유’ 상태.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관조적인 태도를 표현하기 위한 메인 키워드로 '케세라세라'라는 라틴어 인용구를 차용했습니다. 영어로 번역하자면 'Whatever will be will be' 로, 다시 우리말로 옮기자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의미입니다. 이 키워드를 통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광경과는 대조되는 관조적인 태도를 나타냄으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이거 정말 괜찮은걸까?' 하는 의구심을 유도합니다.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에서 영감을 받아 삶의 부조리를 표현하는 작업들은 과거 바니타스 회화와도 닮아있습니다. 이 관조적인 메인 키워드 아래 저는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주로 제목을 통해 드러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주제를 그림 위에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시각적으로는 최대한 함축된 표현을 사용하고 위트 있는 말장난, 역설, 비꼬기 등으로 제목에 주제를 함축하는 방식으로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라는 의문을 품게 함으로써, 이후 풀어나갈 문제점들을 보는 이에게 숙제로 던집니다. 


관객은 화면 이후에 벌어질 상황을 궁금해 함과 동시에, 작품 속 이미지와 제목과의 모순적인 관계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어 제목과 이미지를 조합하여 작품 속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완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객이 작업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통로를 구축하게 함으로서 작가로서의 초월론적 주의에 대한 구성을 배제하고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둠으로서 한번더 관조적 태도를 취합니다.


마냥 행복하고 예쁜 그림 같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불행한 상황들을 발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멀쩡한 척 살아가는, 혹은 그것이 불행인지도 느끼지 못하는 채 살아가는 한 자아에 대한 측은함이나 공감의 코드를 발견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전작업들이 삶에서 느끼는 부조리와 인식, 그 이 후의 관조적인 시선에 주목한 것이었다면 향후 작업들은 다시 부조리, 즉 삶에서 느끼는 허망함에 주목하는 쪽으로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전까지의 소재보다 좀 더 시각적으로 강하게 어필이 가능한 소재들을 차용하여 부정적인 상황구성과 달콤한 색채 등의 대비가 좀 더 확연히 드러날 수 있도록 작업방향을 조정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