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안의 길(the way, on the road) 맨드라미파꽃 117x92cm Mixed media on canvas 2015

이호영 작가노트

길 안의 길(the way, on the road)


오래된 정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시간이다. 그 순환적 시간을 함축하고 피어있는 것들은 정원 안에 무수히 피어 있는 사물들이다. 그 사물은 꽃일 수도, 의자일 수도 있다. 그 중에 녹을 바라보는 것은 인간의 시간을 표현하는 것이 녹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녹은 인간의 시간, 인간의 숨결, 주검, 떠남, 부재를 상징하고 피기 때문이다.

 

녹. 그러므로 오래된 정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내 눈 앞에 있는, 수많은 시간들이 축첩해 놓은 우주의 시간, 인간의 시간이 만든 인간의 공간이다. 현재의 공간이다. 이 오래된 공간은 너무 현재적이어서 지난 시간을 간혹 잊어버리기도 한다. 가을이 봄을 함축하고 있듯이 오래된 정원을 녹으로 장식하는 것은 살고자 하는, 피어나고자 하는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 폐허 속에서 다름이라는 욕망의 꽃이 피어난다.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정원에 바람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