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 Plant-With 60.6x72.7cm Acrylic on canvas 2022

홍경희 작가노트

존재하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작은 존재들이 있다.

사람, 사람과 함께하는 사물들, 사람이 키우는 식물들...

 

세상 어느 구석 아니 구석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람이 같은 시간대에

존재하고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하나의 생명으로 이 세상에 있다가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그런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사람이 그렇고, 사람과 함께했던 사물들이 그렇고, 소중히 키워지다가

버려진 화분 식물들이 그렇다. 그런 것들을 그렸다.

 

소용의 가치에 의해 쓰이다가 버려지는 사물들,

필요의 가치에 따라 키워지다가 버려지는 화분 식물들처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잠시 인식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 같다.

 

어느 한때 소중한 존재였던 것들이, 필요 없다고 버려지는 존재들은

또 다른 누군가의 어느 시간대에는 다시 소중한 존재들이 되기도 한다.

버려진 물건들이 누군가에게는 다시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하고,

잊힌 사람이 누구에게는 새로운 사람의 인연으로 생을 이어가고,

버려진 화분 식물들이 경비원 아저씨들에 의해 생명을 이어 가듯이.

그런 미미한 존재들을 기억하며 그려 나가고 그 어느 것도 가치 없던 것은 없었다는

사실들을 인식하는 ,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하고 있는 작업들이다.

그림에서는 그 존재들이 잘 인식되도록 평면위에 약간 볼록 올라와 있는 형태들로 나타난다.

평면 위에서 약간의 튀어나옴으로 인해 인식하고 있음과 존재의 부각을 강조한다.

 

화분은 사람 곁에 있었다. 늘 그랬다.

사람이 심고 돌보며 사람에 의해 살아갈 수 있는 존재다.

넝쿨처럼 사랑이 쏟아진 날에도 슬픈 날,

지루한 날에도 고단한 날에도 사람과 함께 있었다.

사람에게 키워져 생명을 지속하는 존재이자 시각적 즐거움,

성장이 신비로움 등을 주는 화분 식물들은 존재의 무게가 다를 뿐

사람이 사람에게 쏟는 관심이나 사랑에 따라 행복과 불행 갈리듯 그 생명력도 갈린다.

그들이 시들한 모습보다는 건강하고 밝은 시간들 속에 사람과 함께 있었기를

염원하며 야생과 달리 사랑을 받고 자라야하는 한정된 생명들의 작고 여린

모습들을 보듬어 주듯 그렸다.

그린다는 것은 그리워함이니 그들을 기억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