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고 담다 ceramic 고화도 물감

손진선 작가노트

머무르고 담다


첫 개인전을 마치고 만난 가을과 겨울.

다시 봄이 올거라는 기다림은 바쁜 일상과 잔잔한 상념으로 희미해지고잠깐의 걷기와 흙냄새가 오늘 하루를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유일한 시간들이 시간이 지나가며 칼날을 품은 바람처럼 나에 대한 후회들이나 자신의 미숙함이 되살아난다.

 

초록이란 눈에 띄지도 않는 앙상하고 뾰족한 가지들로 가득 찬 나무들그 가지가지 끝에 달린 하늘은 왜 그렇게 얼음처럼 차갑게 내 가슴에 들어 앉던지....


욕심을 버리고 놓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스리려 할 때찾아온 두 번째 소통이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꾀병쟁이처럼 아무도 듣는 이가 없는데도 아프다 아파 툴툴거리고힘들다 힘들어 혼잣말을 토해내면서도 붓을 꾹 쥐어잡게 되는 건 왜일까

 

이런 순간 나와 같이 해주는 가슴속으로 퍼져드는 온기.

이 보이지 않는 기쁨과 희열이 나무의 나이같이 내게도 깊은 흔적을 남긴다.

 

다음에 올 봄내속에 노란 봉오리가 먼저 필거라 그렇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