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y are alive 철 2011

우징 작가노트

Ⅰ. 작가소개

성곡미술관에서 2002년 3월 2일부터 4월 2일까지 조각가 우징의 개인전, “나를 보는 길”展이 열렸다. 이 전시에서는 지난 15여 년 동안 장인과 같은 태도로 금속조각가의 길을 걸어온 우징의 최근 새로 제작된 작품들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1970년 부산에서 출생한 우징은 동의대 미술학과와 신라대학교 미술학과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첼시 미술대학에서 수학했다. 우징은 학부시절부터 ‘작품자판기’라고 불리울 정도로 작업에 열정을 보였었고 미국 조각가 데이비드 스미스의 작품세계에 감동하여 금속조각을 하리라고 결심하였었다. 


금속이라는 재료에 매료되어 그 물질성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금속을 통한 조형의 가능성에 도전을 거듭하는 우징은 그 동안 알루미늄, 강철, 철 구리, 황동, 청동까지 여러 종류의 금속을 다루었다. 이러한 작품세계를 이룩하게 된 계기로서 그의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그는 기계를 수리하거나 조립하는데 능숙했던 장애인인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금속과 친숙해질 수 있었다.


1998년 제 13회 서울현대조각공모전전에서 철 용접기법으로 제작된 <나의 인생무게 28>이 특선을 수상하면서 조각가로서 주목 받기 시작한 우징은 이후 200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런던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출품하며 오늘날까지 일관되게 금속조각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용접 기술을 통해 금속을 녹이고, 자르고, 붙이며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또한 독특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금속의 성질인 부식을 이용하거나 표면을 연마하는 등 재료의 물성을 잘 활용하였다. 재료 자체의 질적인 노출을 통해 조형의 가능성을 찾으려 했다.

 

Ⅱ. 우징의 작품 세계

근대의 한국 조각은 인체를 주 소재로 한 사실주의적 양식이 그 주종을 이루었다. 해방 후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작가들이 서서히 추상조각을 시도하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이 형성되었다. 50년이 지난 2001년에 대학원을 졸업한 우징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 한국 미술계에 유행하던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그의 조각들은 철과 불이 힘을 겨룬 흔적인 용접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드라마틱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 시기 작품들은 재료의 물성보다는 비정형의 격정적인 조형적 형태가 훨씬 두드러져있다.


2000년대의 그의 작품은 대부분 시멘트으로 제작되었다. 시멘트는 인류가 살아왔던 문화에 대한 회상을 불러일으키는 매체다. 인간의 역사는 곧 물질을 다루는 기술로 분할된다. 우징은 시멘트라는 재료를 통해 인간의 역사에 담긴 문화, 정신, 철학에 대해 고찰하고자 했다. 또한 그는 시멘트의 그 뛰어난 유연성과, 반대로 양성된 후의 굳어지는 시멘트를 빗대어 ‘인간적이다’라고 말했는데 부드럽고 다루기 쉽고, 어떠한 형태로든 만들 수 있다는 특성도 작가가 시멘트를 선호하는 이유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절제되지 않은 감정표현의 시기를 지난 우징의 조각은 차분해지기 시작하며 구조적이고 기하학적인 경향을 띈다. 그러나 매끄럽게 연마한 시멘트의 표면과 거칠게 부서져 드러난 틈새의 강렬한 대비로써 여전히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의 격앙된 형태보다는 재질감을 강조하여 물성이 풍겨나는 작품들이 탄생했다.


2000년대 중반에 작가는 런던 유학을 통해 물성과 사물, 시간과 공간, 인식과 현상 간의 얽혀짐을 논리적인 조형언어로 풀어냈다. 그의 대표작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는 이런 물질과 정신의 결합과 혼성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작업이다.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 사이에 석고나 또 다른 시멘트들이 서로 맞물리고, 기대고, 중첩하면서 자신의 물질성을 극복한다. 이는 작가 자신의 많은 작업 경험에서 나왔다는 것 보다는 의외로 자연에 순응하고자 하는 마음을 볼 수 있다.


최근 그는 20여 년 간 사용했던 재료, 기술, 방법을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철이나 돌처럼 물성이 강한 물질들 대신 성질이 온순하고 부드러우며 차지도 따뜻하지도 않으며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아 비교적 중성적인 느낌의 재료들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지적 욕심을 버린 ‘순수한 조각적 사고’를 조형화하고자 한다.
우징의 앞으로의 작업들이 어떻게 변화할 지에 대한 관심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