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원 162x130cm Oil on canvas 2015

문복현 작가노트

위험한 그림 _ (): ()()

 

마음 풍경


지난 10여년 넘도록 작품 활동을 해왔던 문복현은 자신의 첫 개인전의 주제로 보다, ()’을 제시한다. 그의 ()’(),()’을 향해있다. 마음의 풍경 바라보기. 그는 마음의 풍경을 바라보고, 그 과정에서 내면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 과정 전체가 진리를 향해가는 노정이 되는 것이라 말하고 싶은 지도 모른다. 문복현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풍경은 바쁜 현대인들에겐 낯선 장소들, 혹은 피안의 장소로 여겨지는 곳이자 뭔가 비현실적인 풍경들이다. 창호지문이 열려 있는 고즈넉한 산사의 선방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일반적인 사람은 평생에 한번 정도 경험하면 감사할 풍경이다. 맑은 보름달 아래 평화롭게 학이 날아다니는 월야에 시선이 가 닿으면 이곳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가늠할 수 없다.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첫 번째로 평안한 인상을 받는다. 사실적인 그의 그림은 극사실로 나아가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붓 자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부드러운 붓질, 쟁투가 사라진 표현, 색과 붓이 서로 엉키면서도 특별히 다투지 않으며 조화롭다. 따라서 그가 대상으로 삼은 풍경이나 나무 등이 보는 이에게 편안함을 주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그의 기법 자체에서 오는 평안함도 보는 이들에게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평안함을 준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풍경에서 평안함을 느끼는 것은 우리네 삶이 한시도 평안할 수 없기에 불시에 초월해 버리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릴 때 나고 자란 풍경이 어른이 되어서도 편안함을 주듯이 우리 내면에 자리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어떤 풍경을 시각적으로 마주치기 때문에 평안함을 느끼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의 말을 빌자면 그의 그림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는 풍경이다. 즉 우리 선조로부터 우리에게로 이어지고 있는, 어쩌면 DNA에 각인되어 있는 우리의 내면이 바로 그가 그림으로 제시하는 풍경이라는 것이다. 그의 그림에는 학, 매화, 소나무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대체로 절개나 지조, 기품 등 선비정신을 가리킨다. 이 시대에 절개나 지조, 기품이라니. ‘먹고사니즘이 모든 비루한 현실을 합리화시켜주고, 비겁이 미덕이 되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절개나 지조 따위는 그야말로 도 되지 않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이다. 그러나 이 비현실처럼 여겨지는 것들은 사실 우리에게 현실이었던 시간이 있었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아니라 바로 현실을 직시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가치였다. 1910년 일제의 의해 국권피탈이 되자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되기 어렵기도 하다는 절명시를 남기고 자결한 조선 후기 선비인 매천황현의 사례만 보아도 그러하다.

 

보는 것이라는 행위


첫인상에서 평안한 느낌을 주는 그의 그림이 이쯤 되면 조금은 위험해 진다. 시각적인 평안함으로 다가와서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그 내면에서 뭔가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을 재발견하게 추동하고, 그것을 다시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그림.

 

현재적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평안해 지고자 하는 것은 환금적 가치와 효율이 지배하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쓸모의 생산을 포기하고, 스스로 절개와 지조, 호연지기를 회복하여 평안을 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자본주의에 적대적이다. 감각-사유-실천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그의 그림은 그래서 위험하다. 하나의 미술작품이 감상자의 현재를 변화시킬 수 있는 내적인 힘을 발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부드럽게 제안하는 <(): ()()>의 그림들은 평온함을 가장한 선동으로 읽혀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석이 그의 그림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실종된 정신세계의 회복을 선동으로 느끼게 만드는 시대 때문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각박하고, 바쁘고, 정신없고, 희미해져만 가는 어떤 정신의 세계를, 그것이 우리에게서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라 가리워져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그것을 다시 ()’(실천적 의미까지 내포된) 하자고 제안하는 그의 그림은, 그래서 충분히 위험하다.

 

 

2015. 12. 김 강-미술가

홍대미학과 박사수료 l 프랑스 쁘와띠에 대학 철학과 박사과정

- 문복현 개인전 전시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