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tree #3 80x60cm Digital C Print 2012

박성영 작가노트

NIGHT TREE 


이 작업은 세상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나무에 관한 작업이고, 내 안, 내면의 얕음과 변형에서 비롯되었다. 가식적인 현실속에서 내가 무분별하게 곡해해버리는 아름다움들과 치열한 현실 속에서 쉽게 허물어지고 변해버리는 나의 의지들. 그 누수 같은 고뇌가 급기야 궤결되어 정체성이 자괴감에 뒤엉킨 채 올곡하고 캄캄한 미로 안에서 가슴앓이 하던 중 열망적인 광명, 빛나무를 만나게 되었다. 어둠이 세상의 복잡한 풍경들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소음마저 다 삼켜버릴 즈음, 길 위에서 빛나무와 조우하게 된다. 생각의 가지를 뻗치고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린 그들의 자태를 관조하노라면, 여래좌 부처의 결연한 풍상(風尙)을 보는 듯하다. 그들의 기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언의 혼기(魂氣)는 그 어떤 성경 구절보다도 가슴 깊이 파고든다.

 

아름다운 척하지 아니하는, 아름다운 존재, 빛나무. 주위를 둘러보면 실로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들을 분해해보면 대부분은 가식으로 치장한 이 시대가 양산해내고 있는 속이 텅 빈 인공적 아름다움임을 알게 된다. 이 작업의 피사체인 나무를 통해 그런 허울 아름다움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고하고 참다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함께 사유하며 허허로워진 마음들에 양기를 불어넣고 싶다.

 

부동의 맑은 의지로 묵묵히 생동하는 존재, 빛나무. 인간의 맑은 의지는 유효기간이 얼마나 될까. 잔바람에도 흔들리거나 꺼져버리고 마는, 그저 초라하고 나약한 심지 같은 것은 아닐까. 예로부터 스승이 제자를 가르칠 때 나무를 자주 인용하는 것도, 제자의 빗들어진 처신에 나무 회초리를 드는 것도 나무가 사겁의 시간에 묵묵한 푸름으로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인류가 나무의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다면, 인류는 더 예지로운 존재로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다.

 

옛말에 오동은 천 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했다.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그 거룩하고 아름다운 기개에 나는 이끌리듯 푹 빠져, 이후로도 오랫동안 이 작업은 손에서 쉬이 놓지 못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