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esugallery

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 

대답은 여러 갈래에서 나올 수 있겠지만, 오늘만큼은 누군가를 데리고 내 그림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종이 위에, 캔버스 위에 묘사하는 것은 곧 내 자신의 꿈과 상상 속의 이미지들이다. 내가 동경한 환상 속 풍경으로, 온갖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 나의 내면의 다락방으로 관객들을 이끌고 들어가 그들의 머리에 또 다른 상상의 공간을 열게 해 주는 그런 여행. 얼마나 신나고 가치 있는 일인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있을 법한 동경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 그건 또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바쁘디 바쁜 일상에 지쳐 상상의 날개가 꺾인 주변 사람들과 함께 그림의 쪽문을 열고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오염되지 않은 도원(桃源)의 세계로 안내하고 싶다. 그래서 그곳에서 잠시나마 그들을 편안히 쉬게 해주고 싶다.

한 사내가 판자로 된 화실에서, 벌렁 누운 채 하루일과를 끝내는 의미로 술을 마시고 있다. 성과가 기대 이상이었는지 입가엔 훔훔한 미소가 감돌고 있고. 은은한 달빛이 괴괴히 비추는 마당 한 구석에 구수하게 생긴 수탉 한 마리가 겅정벙정 지나간다. 양념과 같은 존재다. 딱딱한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정적을 깨는 움직임을 제공해주는 그런 조연. 만약 이 수탉이 빠졌다면 이 그림은 고만 시시해져 버리지 않았을까? 부둑한 생모시와도 같은 파스텔 특유의 느낌이 화면의 분위기와 잘 맞는 것 같다. 

이 그림을 다시 보니까 기분이 좋아진다. 그림 속의 내가 웃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나가야 할 일이 꽤나 고달프겠지만, ‘까짓것 나물 먹고 물마시며 팔 베고 누웠으니 화가의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다’하면 되겠으니 말이다.
흔히 삶은 길 위에 있다고 들었다. 우리들은 제각기 자신의 길을 가고 있겠다. 길을 간다는 것은 무엇을 찾아가는 과정이리라 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숱한 세속의 유혹이 갱엿처럼 엉겨 붙어 각자의 발길을 잡아당길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개 아무개는 결국 길을 갔다’가 아니겠는가?

「아무리 가난해도 그림만 있으면 나는 행복」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