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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애 작가노트

나의 작품에서 시간은 내면이다. 

삶은 시간의 흐름에 쫓겨 덧대어진 두터운 색감이다.
오랜 시간 축적된 서걱거리던 감정들을 조각칼로 깔끔하게 도려낸다.

 

내 안에 내재된 꼬이고 엉킨 감정을 한 겹 한 겹씩 벗겨낸다.
그리고 그 색감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나를 만난다.

 

완벽한 삶이란 것이 있을까?
어쩌면 인생이란 하얀 백지위에 자꾸 무엇을 얹고 채우려다 좌절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아닐까?

 

차라리 완벽한 삶이란 것이 없다면 미완성을 추구하자.
오히려 채울 수 없다면 비워가는 것이 행복한 삶은 아닐는지....

 

작품은 쌓고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굳은살처럼 두터운 각질로 보호막을 치고 경계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허물어 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억 저편, 잊고 지냈던 깊은 내면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한다.

 

애틋함, 그리움, 기다림 등 내 안 깊숙한 곳에서 복잡하고 어지럽게 두터운 층을 이루고 있던 색감들을 한 겹씩 벗겨 형상화함으로써 나만의 시간 여행을 떠난다.

 

완벽보단 미완성, 정상보단 중턱이, 채움보단 비움이 완성하고 오르고 채울 수 있는 여유가 있기에 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작품은 언제나 미완성이다.